글로벌 빅3 선택받은 쎄크, 미국 M사 12단 HBM 검사 장비 발주 본격화
전자빔 원천기술 기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 쎄크가 AI(인공지능) 수요로 급증하는 고대역폭 초고속 메모리(HBM)와 반도체 패키징 검사장비 라인업에서 새로운 성장판을 구축한다. 이는 폭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면서 쎄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의도다.
이에 쎄크는 HBM과 반도체 패키징 인-라인(In-line) 검사가 가능한 '세미 스캔(Semi-Scan)' 시리즈를 올해 연말까지 개발하는 한편, 오는 2026년 1분기에는 데모 시연과 샘플 테스트를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11일 쎄크에 따르면 이달 10일 김종현 대표이사 등이 직접 서울 코스닥협회에서 테크포럼을 열고, HBM과 반도체 패키징 검사장비에 대한 라인업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패키징 업계에는 엑스선(X-ray) 기술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웨이퍼레벨 패키지(WLP)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접합 불량은 검사 불가 항목으로 분류하거나, 해당 불량 발생 시 폐기 또는 분석실에서 파괴 검사만 진행하고 있었다.

김종현 쎄크 대표이사는 "미국 M사의 경우 품질 검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 대만 공장에 NF120 모델을 10대 이상 투입해 샘플링 검사 비율을 높이고 있다"며 "특히 12단 HBM 생산라인이 있는 싱가포르 공장에서도 동일 장비 첫 발주가 나오며 쎄크의 HBM 검사장비 확장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포함해 글로벌 빅(Big)3 기업에서 HBM 인-라인 엑스레이(HBM In-line X-ray) 검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쎄크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WLP, 패널레벨 패키지(PLP) 업계에서도 인터포저와 HBM·로직 칩 간 접합 불량 검사 수요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터포저는 한 소켓 또는 연결과 다른 소켓 또는 연결 사이를 라우팅하는 전기 인터페이스다.
김 대표는 "쎄크는 4단, 8단 등 HBM용 엑스레이(X-ray) 검사장비인 NF120 모델을 개발해 글로벌 빅 3를 포함한 다양한 HBM 업계에 납품했다"며 "하지만 인터포즈 크기가 점점 작아짐에 따라 기존 장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12단 HBM과 같이 더 업그레이드 된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세미 스캔(Semi-Scan) 개발 및 데모 시연, 샘플 테스트를 준비 중인 한편, 국내 HBM 업계 계측·검사 부서 경력자를 반도체 사업부장으로 영입해 영업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유리기판 인-라인 엑스레이(In-line X-ray) 검사장비 역시 올해 4분기 수주를 목표로 세부 사양을 조정 중이라고 했다.
쎄크는 앞서 2002년부터 X-ray 검사장비 사업을 시작해 표면 실장 기술(SMT) 업계에 기술을 공급해왔다. 2010년대에는 SMT용 In-line 검사장비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장비는 X-ray 튜브 수명과 검사 속도에 한계가 있어 분석용으로만 활용돼 왔다. 이에 쎄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In-line X-ray 검사 성능과 도입 검토를 진행 중이며, 올해 초부터는 3개 업체로부터 WLP·PLP In-line 검사 수요를 접수해 샘플 테스트와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등 해외 곳곳에서 빠른 속도로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45년간의 사업 경험을 살려 경쟁의식을 갖고 투자자들의 기대에 힘입어 단계적으로 목표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쎄크는 반도체 외에도 방산과 배터리용 X-ray 검사장비 사업을 병행하며 매출을 확대해왔다. 방산용 선형가속기(LINAC) 시스템 매출은 2021년 7억원에서 2024년 92억원으로, 배터리용 X-ray 시스템 매출은 2021년 16억원에서 2024년 171억원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136%, 120%에 달한다.
김 대표는 "방산용 LINAC 시스템은 국내외 탄도미사일 개발과 고체연료 전환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쎄크를 포함해 전 세계 소수 기업만이 해당 사업을 진행 중이어서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터리 분야의 경우, 캐즘 효과로 올해 매출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캐즘이란 신제품이나 혁신적인 기술이 시장에 출시된 후, 초기소비자에서 대중소비자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절 (수요의 정체) 현상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이는 투자 취소가 아닌 출고 지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특히 46파이 원통형 및 각형 배터리용 In-line CT 장비 수주가 늘고 있다"며 "기존 전극 정렬 불량 검사 위주에서 금속 이물 검사 수요가 증가하면서, 내년부터는 다시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쎄크는 회사만의 '전자빔' 기술도 소개했다. 이 회사는 2006년 X-ray 발생장치(tube) 개발을 통해 전자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LINAC, 주사전자현미경(Tabletop SEM) 등 검사·분석 장비 사업을 확장해왔다.
전자빔 기술은 생산, 의료, 군사 방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회사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전자빔 기반 유리기판 TGV 홀 가공기를 공동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LINAC RF 기술을 활용한 군사 방어용 안티드론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의료·멸균 분야에서는 LINAC을 활용한 암 치료기와 멸균기,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는 X-ray 리소그래피 장비 개발을 위한 대형 국책과제 기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동성 쎄크 파트장은 "대형 국책과제 기획에 대한 계약 체결이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 사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주기적인 테크포럼을 통해 각 사업 분야별 시장 분석과 현황을 소개하고, 경영현황 업데이트를 진행해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출처 : 파이낸셜포스트(https://www.financial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2907)